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 전쟁, 시간, 문명에 대해 묻는 풍경의 철학자
전쟁, 시간, 문명에 대해 묻는 풍경의 철학자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
현대사진이 다룰 수 있는 가장 깊고 복잡한 주제 중 하나는 ‘기억’이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전쟁, 문명, 역사 그리고 그로 인해 훼손된 공간을 기록하며, 사진이라는 매체가 단순한 이미지 생산을 넘어 시간의 누적을 증언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작가다. 그는 ‘풍경’을 통해 말한다. 그러나 그의 풍경은 아름다움이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남긴 흔적, 특히 폭력과 파괴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되새기기 위한 통로다. 이번 글에서는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의 예술 세계와 대표작 ‘Afghanistan: Chronotopia’를 중심으로, 그의 사진이 왜 동시대에서 반드시 주목받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누구인가?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1963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으며,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사회과학을 공부하였고, 이후 다큐멘터리 사진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 정치적, 철학적 발언을 담고 있으며, 풍경을 통해 ‘권력’, ‘폭력’, ‘시간’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Magnum, VII, NOOR와 같은 세계적인 보도사진 기관들과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다. 그의 사진은 현장감보다는 고요함 속의 비극, 즉 전쟁 이후의 풍경을 조용히 조명한다.
사진으로 기록하는 전쟁 이후의 시간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말한다.
“나는 전쟁을 다룬다. 하지만 그것은 피와 탄환이 아니다. 그것은 문명의 붕괴를 다룬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폭발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지나간 자리를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 담는다.
그의 시선은 총성과 포화가 멈춘 뒤 남겨진 허물어진 건물, 불탄 도서관, 부서진 병원, 침묵하는 거리에 머문다. 그는 이러한 공간을 마치 유적지처럼 정제된 시선으로 촬영한다. 때문에 그의 사진은 마치 고고학적 유물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간의 깊이를 갖고 있다.
대표작: ‘Afghanistan: Chronotopia’의 시선과 철학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카불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여러 도시를 방문하여 촬영을 진행한다. 그 결과물은 'Afghanistan: Chronotopia'라는 시리즈로 완성되었다. 'Afghanistan: Chronotopia' 의 'Chronotopia'라는 제목은 '시간(Chrono)'과 '장소(Topia)'를 합친 말로,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을 의미하고, 유적지처럼 남겨진 파괴된 건축물과 문명 흔적을 마치 고전적 풍경화처럼 담담히 기록하였고, 사진의 색감은 차분하고 따뜻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무겁고 날카롭다. 또한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부재가 더욱 큰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다큐멘터리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 이후의 철학적 질문이며, 인류가 문명을 어떻게 소비하고 파괴해 왔는지를 묻는 일종의 시각적 역사서다.
사진이라는 언어로 권력을 말하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의 사진은 정치적이지만 그는 직설적인 고발을 하지 않는다. 그는 풍경이라는 중립적 대상 안에 권력의 흔적을 은유적으로 숨겨둔다. 예를 들어, 그는 파괴된 정부청사나 붕괴된 박물관을 찍을 때, 그 공간의 원래 목적과 파괴 과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정적인 구도와 시간의 흔적만을 제시함으로써, 보는 이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전쟁은 사람만 죽이지 않는다. 문명을 죽인다.
- 기억되지 않는 풍경은 다시 반복된다.
- 사진은 기록이지만, 동시에 경고다.
색, 구도, 질감으로 완성된 비언어적 서사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극도로 정제된 시각 언어를 사용한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찍은 것’이 아니라, 구성한 이미지에 가깝다. 구도는 대부분 대칭형 혹은 삼분할 구도이고, 촬영 시간은 주로 일출 직후 또는 일몰 직전으로 극적인 빛이 공간의 질감을 극대화 하였고, 색채는 절제되어 있으며, 붉은 빛과 흙빛, 청색의 대비를 통한 감정적 긴장 유도한다. 촬영 장비는 고해상도로 풍경의 디테일을 담기 위해 대형 필름 카메라 중심이다.
그는 “풍경은 단지 배경이 아니다. 풍경은 말 없는 증인이다”라고 말한다. 이 철학은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스며들어 있다.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 공식 홈페이지
왜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인가?
사이먼 노폴크(Simon Norfolk)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간이 쌓이는 사진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현대인이 외면하는 전쟁 이후의 공간, 즉 기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을 지속한다.
그의 사진은 예술성과 다큐멘터리의 교차점이고, 전쟁과 권력을 다룬 사진의 새로운 방식이며, 풍경을 통한 철학적 질문 제기하고, 시각적 미학으로 접근하는 정치적 메시지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