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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조용한 시각적 충격

애드 박 2025. 7. 6. 08:13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인, 조용한 시각적 충격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

 

사진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 중 하나다.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그러나 독일의 사진작가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어떤 허상 위에 구축되어 있는지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의 대표작 ‘LDPE’ 시리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정제된 상업 공간을 포착하며,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이 배제된 '완벽한 무대'를 통해 현대 사회의 시각적 정체성을 질문한다. 이 글은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의 사진 세계를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그의 작업이 동시대 시각문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고찰한다.

Julian Faulhaber LDPE Ceiling 2006
Julian Faulhaber LDPE Ceiling 2006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는 누구인가?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 1975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브레멘 예술대학교(Hochschule für Künste Bremen)에서 사진을 전공하였다.
그는 건축적 질서와 색채, 인간 부재의 공간을 주요 소재로 삼으며, 철저하게 통제된 시각 환경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Faulhaber '기록자'라기보다는 '기획자'에 가깝다.
그의 사진은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사람의 흔적이 전혀 남기지 않은 시점을 집요하게 기다려 만든다.
그는 대체로 광고가 준비되기 직전, 또는 상업공간이 실제 사용되기 직전의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다. 

디지털 사진 같지만, 디지털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의 사진을 보면 디지털 합성 혹은 3D 렌더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디지털 조작을 거의 하지 않는다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전통적 기법을 따른다:

대형 포맷 필름 카메라 사용하고, 후보정 최소화하며, 촬영 장소 수일간 탐색 후 최적의 타이밍 확보하고, 인공 조명 대신 현장 조명 활용여 사진을 촬영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실 속에서 가상의 시각을 포착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현대 이미지 문화의 허상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대표작: ‘LDPE’ 시리즈의 세계관

‘LDPE’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ow-Density Polyethylene)의 약자이다. 이 산업용 소재는 쇼핑백, 간판, 플라스틱 포장재 등 현대 소비사회의 모든 표면을 구성한다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는 ‘LDPE’ 시리즈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우리는 어떤 시각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가?
  • 이 공간들은 정말 현실인가, 아니면 이미지로 연출된 가상 세계인가?
  • 인간이 빠진 공간은 여전히 인간적일 수 있는가?

‘LDPE’ 시리즈가 표현하는 공간은 사용 직전의 쇼핑몰, 지하주차장, 병원 복도, 관공서 등이고,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음으로 인간 의 부재를 강조하며, 대칭, 직선, 정중앙 배치를 기본 구도로 사용하며, 강렬한 대비, 불포화 색감의 색채를 사용하여 상업 광고와 유사하며, 주로 이른 새벽 쇼핑몰, 지하주차장, 병원, 관공서가 개장 전 또는 폐장 직후 촬영헀다.
이 모든 요소는 현실처럼 보이지만 비현실적으로 구성된 풍경을 만들어낸다. , ‘실제로 존재하지만 허구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 사회의 시각적 위선을 드러낸다. 

인간 없는 공간의 의미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의 사진에는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부재는 인간의 존재를 더 크게 환기시킨다.

예를 들어, 붉은 계단이 정렬된 백화점의 비어 있는 공간을 보았을 때, 우리는 거기서 사람이 있었어야 하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은 현대 공간이 실제보다도 더 이미지 중심적이고 연출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시각적 장치가 된다그는 인간이 만든 공간 속에서, 인간이 배제된 구조를 들추어낸다.
이는 광고, 마케팅, 상업 공간 설계 등이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미지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 공식 홈페이지

http://julianfaulhaber.com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의 작품이 주장하는 사회적 메시지

율리안 팔하버(Julian Faulhaber)는 단순히예쁜 공간을 찍지 않는다. 그는 현대 시각문화가 어떻게 구성되고, 소비되고, 왜곡되는지를 추적하는 시각사회학자이자 미학자다.

그는 현대인은 공간이 아닌 이미지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업 공간은 인간보다 카메라를 더 염두에 두고 설계되며, 디자인의 목적은 기능보다도 홍보와 시각적 인상에 있고, '사용 전 공간'은 사용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가장 완벽하게 작동한다 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