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 리카드(Doug Rickard), 디지털 거리 위의 미국, 보이지 않는 계층의 기록자
디지털 거리 위의 미국, 보이지 않는 계층의 기록자 더그 리카드(Doug Rickard)는 구글 스트리트 뷰와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캡처한 장면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작가다. 그는 직접 촬영하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재구성을 통해 '감시'와 '주류 미디어가 외면한 풍경'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제안한다. 이 글에서는 더그 리카드(Doug Rickard)의 작업 철학과 비판적 시선, 그리고 대표작을 통해 동시대 사진 예술에서 그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조명한다.
더그 리카드(Doug Rickard)는?
더그 리카드(Doug Rickard)는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현대 사진작가이자 미디어 비평가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미국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진 매체를 사회 비판의 도구로 활용하는 작업을 해왔다.
Rickard의 작업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대신 구글 스트리트 뷰(Google Street View), 유튜브 영상, 위성 이미지, 온라인 CCTV 데이터 등을 활용해 디지털 세계에서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들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 불균형, 인종 문제, 계층 구조를 드러낸다.
그의 방식은 사진이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필터’를 해석하고 조작하는 행위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공한다.
기록되지 않은 곳을 기록하라
더그 리카드(Doug Rickard)는 다음과 같은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전개한다:
- "보여지지 않은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역할이다."
- "기존 미디어는 사회적 약자를 편집하거나 아예 배제한다."
- "구글 스트리트 뷰는 새로운 형태의 감시자이며, 그 감시자의 시선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포착된 장면을 다시 재해석하고,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사진은 단순한 시각 자료가 아니라 비판적 언어의 매개체가 된다.
사진 아닌 사진 – 캡처, 편집, 그리고 재촬영
더그 리카드(Doug Rickard)는 실제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의 화면을 카메라로 다시 촬영하거나, 고화질 모니터에 띄운 후 특정 구도를 정해 사진으로 남긴다. 이는 단순히 스크린샷을 찍는 행위와는 다르며, 하나의 시각적 재조합을 의미한다.
구글 스트리트 뷰는 전 세계의 도시와 골목, 시골과 산업 지대를 망라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풍경 감상용’으로 이를 소비한다. 그러나 Rickard는 그 안에서 극빈 지역, 범죄율이 높은 거리, 흑인 커뮤니티, 낙후된 도시 공간을 찾아내어 재구성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대표작 – "A New American Picture" (2010~)
작품 개요
더그 리카드(Doug Rickard)의 대표작이자 현대 사진사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시리즈는 바로 "A New American Picture"다. 이 작업은 구글 스트리트 뷰를 활용하여 미국 내 다양한 도시의 소외된 지역과 그 안의 사람들을 캡처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뉴욕 MoMA 전시에 포함되면서 전 세계의 비평가들에게 주목받았다. 동시에 "사진이 반드시 셔터로 찍힌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진 매체의 정의 자체를 재고하게 만든 문제작이다.
작품 해설
"A New American Picture"는 미국의 대도시 외곽, 낙후된 산업 지구, 빈민가 등을 보여준다. 이 이미지들에는 인종적 긴장감, 계층적 불균형, 감시의 시선, 방치된 거리, 무표정한 일상이 묘사된다.
사진 속 인물은 대부분 초점이 흐리거나 얼굴이 흐릿하게 가려져 있다. 이는 구글의 자동 익명화 알고리즘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흐릿함은 이 인물들이 "사회적 시스템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Rickard는 이를 의도적으로 활용하며, 사진 속 익명의 인물들은 모든 사회적 약자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작품은 시각적 예술로서뿐 아니라, 사회학적 문서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기술적 요소 – 구글 이미지의 미학화
디지털 거리 위의 미국, 보이지 않는 계층의 기록자 더그 리카드(Doug Rickard)의 작업은 단순한 '스크린샷 예술'이 아니다. 그는 구글 스트리트 뷰 이미지의 왜곡된 원근감, 압축된 해상도, 의도치 않은 구도와 프레임을 이용해 미학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뷰 카메라는 차량 상단에서 촬영되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높은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렌즈 왜곡이 이미지 곳곳에 녹아 있다. Rickard는 이런 기계적 결함을 오히려 사진적 개성으로 전환하며, 비전통적인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한다.
또한 대부분의 이미지는 저해상도이며 픽셀이 거칠다. 하지만 그는 그 거친 질감을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사진 인쇄 방식에 변주를 주어 아날로그적 감각을 살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의 사진은 디지털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느껴지는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더그 리카드(Doug Rickard)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