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 기억의 틈을 재구성하는 사진 예술가

애드 박 2025. 7. 4. 12:13

기억의 틈을 재구성하는 사진 예술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

현대 사회는 수많은 이미지로 구성된 거대한 시각 아카이브와 같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이 진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우리가 만든 시뮬라크르일 뿐일까? 독일의 사진작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는 이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작가다. 그의 사진은 겉으로는 일상적인 도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철저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형을 촬영한 것이다. 이중적 층위의 이미지 속에서 관람자는 기억, 현실, 조작의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Boberg는 사실적인 환영을 통해 관객에게내가 이 장소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착각을 유도한다. 그는 기억의 구조 자체를 시각적으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현대인의 시각적 경험이 얼마나 허구와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OLIVER BOBERG Underpass 1997
OLIVER BOBERG Underpass 1997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는 누구인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 1965년 독일 힐덴(Hilden)에서 태어났다. 뉘른베르크 예술아카데미(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 Nürnberg)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사진과 설치미술, 비디오를 넘나드는 복합적 작업을 펼쳐왔다. 그의 예술은 사진 한 장을 찍기까지의 과정이 장인정신에 가까울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된 시나리오 작업으로 구성된다.

그는 실제 장소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든 미니어처 모형을 촬영하여 현실처럼 보이게 한다. 이 과정에서 빛, 그림자, 구도, 재질감까지 정밀하게 계산되며, 최종 사진은 너무도 사실적이기 때문에 관람자는 이를 실제 거리의 풍경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기법은 Boberg가 단지 사진작가가 아닌, 시각적 심리 조작의 탐구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표작 "Underpass" 기억의 입구, 망각의 출구

Boberg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은 2004년 발표된 “Underpass”(언더패스) 시리즈다. 제목 그대로 고가도로 아래의 보행자 통로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누가 봐도 익숙한 도시 공간이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실제 장소가 아니라, 작가가 만든 스케일 모형을 조명과 재질, 구조물까지 완벽하게 설계한 후 촬영한 사진이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이 도시 속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 어떻게 잊어버리는지를 묻는다. 이 사진은 결코 실존하지 않는 장소이지만, 관람자는 이상하게도 낯익음을 느낀다. 이는 우리가 기억하는 도시의 풍경이 실제 경험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소비된 이미지의 집합일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허구와 진실 사이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의 작업 방식

Boberg의 작업은 일반적인 사진작업과 전혀 다르다. 그는 먼저 상상 속 도시 공간의 구조를 스케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니어처 모형을 직접 제작한다. 이 모형은 크기나 정밀도 면에서 영화 세트와 유사하며, 주로 플라스틱, MDF, 아크릴판, 스티로폼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다.

이후 그는 철저히 조명을 설계하고, 카메라 앵글과 구도를 잡은 뒤, 실제 거리 풍경처럼 보이도록 촬영한다. 이 과정은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며, 단 한 장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공이 소요된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시각 재현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개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다. 

왜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는 중요한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매일 수백 장의 이미지를 스크롤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이 실재를 반영한다고 믿을 수 있을까? Boberg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가짜 장소를 실제처럼 보이게 만들어, 진짜와 가짜의 시각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을 수행한다.

이러한 작업은 특히 미디어 시대의 정보 소비 구조를 비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Boberg의 사진은 인스타그램 속 여행지 사진, 광고 속 도시 장면 등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시각 정보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그의 사진은 결국이 장소를 나는 왜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관객을 인도하며, 기억의 기원 자체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이어진다. 

전시 이력과 국제적 평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의 작품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소개되었다. 대표적으로 런던의 Photographers’ Gallery, 뉴욕의 Yancey Richardson Gallery, 독일의 Sprengel Museum Hannover 등이 있다.

그는 사진계에서 흔히 말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문법을 전복시키며, 구성과 인공성의 개념을 미학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예술의 경계를 넓히는 데 큰 공헌을 했으며, 현대미술 이론가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 공식 홈페이지

더 많은 작품과 전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자.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인터뷰도 확인할 수 있다.

https://oliverboberg.com/

 

기억을 디자인하는 작가,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

올리버 보베르크(Oliver Boberg)는 단순히 이미지 생산자가 아니다. 그는 기억을 설계하고, 현실을 조작하며, 허구를 사실처럼 구성하는 기억의 건축가. 그의 사진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조작된 이미지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Boberg의 예술은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현대 시각문화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