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풍경을 기록한 철학적 시선
나오야 하타케야마(Naoya Hatakeyama)
사진이라는 매체는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시선과 철학은 작가마다 다르다. 일본의 사진작가 Naoya Hatakeyama(나오야 하타케야마)는 사진을 통해 산업화된 풍경과 인간의 흔적, 자연의 침식과 회복을 담담하게 추적해온 작가다. 그는 석회석 채석장, 콘크리트 구조물, 재개발 지역, 쓰나미 이후의 도시 등을 촬영하며 ‘도시’와 ‘자연’, ‘기록’과 ‘기억’ 사이에 놓인 긴장감을 형상화한다. 하타케야마는 단순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아니다. 그는 사진이라는 평면 위에 시간, 공간, 역사, 인간의 흔적을 동시에 구성하는 철학적 작가다. 이 글에서는 그의 생애와 예술 세계, 주요 작품을 독창적으로 분석하여 사진이 어떻게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나오야 하타케야마(Naoya Hatakeyama)는 누구인가?
나오야 하타케야마(畠山直哉)는 1958년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Rikuzentakata)에서 태어났다. 그는 쓰쿠바 대학(University of Tsukuba)에서 예술을 전공했으며, 초기부터 사진 매체를 통해 산업화된 일본의 풍경과 도시화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타케야마는 산업적 풍경을 단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소재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변형시켜 왔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도시, 건축, 폐허, 재해를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로 읽어낸다. 이 점에서 그의 사진은 풍경 사진을 넘어서 사회적 기록과 철학적 성찰의 도구가 된다.
나오야 하타케야마(Naoya Hatakeyama)의 작업 세계
산업화된 자연: 채석장과 콘크리트의 미학
하타케야마는 초기작에서 일본 각지의 석회석 채석장을 촬영했다. 이 풍경은 인위적이고 차가우며, 자연이 완전히 파괴된 듯 보인다. 그러나 그는 그 안에서 형태와 구조의 아름다움, 인간 노동의 흔적, 그리고 시간의 개입을 포착한다.
대표적인 연작 "Lime Works"에서는 거대한 석회석 절벽과 공장 설비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인공 구조물이 풍경 속에 섬세하게 녹아들어 있다. 이 연작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추출하고 변형하며, 동시에 미적으로 조형화하는지를 묘사한다.
도시의 흐름: 점과 선으로 그린 메트로폴리스
그의 시리즈 "Underground"와 "River Series"는 도시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물과 흐름에 주목한다. 특히 도쿄와 오사카의 지하 하수도, 도심을 흐르는 강을 촬영하면서 그는 도시가 단지 건축물의 집합이 아니라, 복잡한 인프라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를 재해석하게 만든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도시의 배후 구조, 흐름, 연결의 방식을 시각화하면서 하타케야마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표현한다.
재난과 기억: "Kesengawa" 시리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하타케야마의 고향 리쿠젠타카타는 폐허가 되었다. 이 사건은 그의 사진 작업에도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고향을 촬영하며 자연재해가 남긴 물리적, 심리적 흔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Kesengawa"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하타케야마가 과거에 촬영했던 고향의 평화로운 풍경과, 재해 이후의 처참한 폐허를 병치하며 사진이 어떻게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업은 단지 피해 지역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와는 다르다. 하타케야마는 이를 통해 인간의 무력함과 회복력, 그리고 사진이 가지는 기록성과 감정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대표작 추천: "Kesengawa" (2013)
"Kesengawa"는 나오야 하타케야마의 대표작이자, 그의 예술적 철학이 집약된 프로젝트다.
이 시리즈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가 1년 넘게 고향을 방문하며 파괴된 풍경과 생존의 흔적을 기록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풍경’이라는 개념을 전복시킨다. 이전까지 풍경은 미적 대상이었지만, "Kesengawa"에서는 그것이 기억과 트라우마의 매개체가 된다. 또한 그는 사진 속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다. 어머니가 쓰나미로 실종되었기 때문에, 이 작업은 개인적 상실과 공동체의 비극이 동시에 담긴 고백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사진집으로도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되었다. 감정과 풍경이 맞닿아 있는 이 작품은 하타케야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사진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주요 전시 및 소장처
하타케야마의 작품은 세계 유수의 미술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기관에서 그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 뉴욕 현대미술관 (MoMA)
-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 산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MOMA)
- 도쿄도 사진미술관
- 파리 유럽사진미술관 (Maison Européenne de la Photographie)
그는 사진가이자 사상가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일본 현대 사진의 지형을 넓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풍경 너머를 보는 작가,나오야 하타케야마(Naoya Hatakeyama)
Naoya Hatakeyama는 단순히 사진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도시와 자연, 문명과 폐허, 기억과 기록이라는 복합적 주제를 정제된 시선으로 담아내는 예술가다. 그의 작업은 조용하지만, 매우 강렬한 울림을 전달한다.
'사진작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드레아스 게펠러(Andreas Gefeller), 우리가 보지 못한 세상을 사진으로 드러내는 예술가 (0) | 2025.07.02 |
---|---|
프랭크 틸(Frank Thiel), 도시와 사회 변화를 시각화한 독일 사진작가 (0) | 2025.07.01 |
토시오 시바타(Toshio Shibata), 인공의 질서와 자연의 감성이 교차하는 풍경 (0) | 2025.07.01 |
리네케 디크스트라(Rineke Dijkstra), 인간의 정체성을 사진으로 기록한 거장 (0) | 2025.06.30 |
마시모 비탈리(Massimo Vitali), 대형 포맷 카메라로 사회를 기록한 해변의 시선 (0)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