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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 과거의 기억을 구축하는 흑백 서사의 시각 예술가

애드 박 2025. 7. 8. 10:18

과거의 기억을 구축하는 흑백 서사의 시각 예술가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는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 시각 예술가로,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시대의 이미지들을 차용해 흑백 드로잉 시리즈를 구성하는 독특한 창작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작업은 사진과 드로잉, 픽션과 기록 사이를 오가며,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넘나든다. 특히 사진을 기반으로 한 회화적 재현은 한 장의 이미지가 어떻게 기억과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글에서는 그의 예술 철학과 대표작을 중심으로 현대 예술에서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가 갖는 위치를 조망한다.

Marcel van Eeden, K. M. Wiegand. Life and Work
Marcel van Eeden, K. M. Wiegand. Life and Work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는 누구인가?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 1965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난 시각 예술가로, 현재는 독일 카를스루에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의미의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사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드로잉 작업을 주 매체로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사진의 기록성과 회화의 창작성을 융합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철학적 원칙에 의해 통제되며, 가장 특징적인 점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 시대의 이미지만 사용한다는 작업 규칙이다. 다시 말해 그는 1965년 이전의 모든 신문, 잡지, 과학서적, 기념엽서, 고문서, 광고 이미지 등을 참고자료로 삼으며, 그 안에서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시각적 서사를 전개한다. 

예술적 접근흑백 드로잉을 통한 허구의 기록화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의 드로잉은 흑백의 강한 명암 대비를 특징으로 하며, 사진의 리얼리즘을 연필이나 목탄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재현한다. 그러나 그가 하는 것은 단순한 복제나 모사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미 존재했던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인물과 장소, 사건을 재배치한다.

그가 재구성하는 세계는 언뜻 보면 사실 같지만, 실은 완전히 허구적인 픽션이다. 이로 인해 관람자는 작품을 보며 계속해서 "이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인가?", "이 인물은 실존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며, 기억과 진실 사이의 불확실성을 경험한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핵심이자 철학적 기반이다. 

시간의 개입과거를 구축하는 상상력

van Eeden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과거라는 구조물 자체를 해체하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구성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그가 사용하는 이미지가 전부 1965년 이전의 시각 자료라는 것이다. 이 제한은 작가가 과거를 향한 일종의 애증 어린 집착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관람자에게 과거는 항상 현재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그의 시리즈물에서는 일관된 인물, 반복되는 건축물, 비슷한 구도의 도시 풍경이 반복 등장하며, 이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시각적 픽션 세계관을 구축한다. 이러한 방식은 현대 미술계에서도 드문 접근법으로, 이미지를 통한 서사의 창조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고 할 수 있다. 

대표작 소개 – "K. M. Wiegand. Life and Work" 시리즈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의 가장 대표적인 연작은 "K. M. Wiegand. Life and Work"이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철저하게 픽션으로 구성한 가상의 전기(傳記)이며, 실존 인물인 미국의 식물학자 Karl McKay Wiegand의 이름만 차용한 것이다.

작품은 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듯 구성되며, 전통적 전기 서사의 형식을 따르지만, 내용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축된 픽션이다. 이 시리즈는 마치 오래된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려낸 이미지를 보듯, 각 장면이 명확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전개되며, 범죄, 과학, 전쟁, 철학 등의 테마가 얽혀 있다.

작품 해설

이 연작에서 흥미로운 점은, 각 드로잉이 독립적인 장면처럼 보이지만, 연달아 보았을 때 분명한 서사적 흐름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관람자는 수십 장의 드로잉을 따라가며 한 인물의 삶을 엿보게 되고, 어느 순간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때 느껴지는 현실과 허구의 충돌이 바로 van Eeden의 작업이 지닌 힘이다.

“K. M. Wiegand” 시리즈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서사, 회화, 기록, 역사, 픽션, 기억의 경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현대 예술의 실험적 모델로 평가된다. 

기법과 작업 방식

과거의 기억을 구축하는 흑백 서사의 시각 예술가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의 기법은 디지털이 아닌 철저히 아날로그에 기반한다. 그는 연필, , 잉크, 목탄 등을 사용하며, 사진적 사실감을 주기 위해 광원 방향, 원근감, 구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가 참고하는 이미지는 도서관이나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고문서들로, 현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밀도와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에는 항상 고전적 미장센과 20세기 초중반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는 하루에도 여러 점의 드로잉을 완성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으며, 수백 장이 넘는 시리즈를 한 번에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런 작업 방식은 그의 작품이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장편 시각 소설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마르셀 반 에덴(Marcel van Eeden) 공식 홈페이지

http://www.marcelvaneeden.com